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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여기서

by 낙관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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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나는 인터뷰집이란 것을 별로 안좋아했다.
아니, 아예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내키질 않아서다.
남이 말하는 걸 그대로 받아적은 책. 이런건 잡지에서나 보면 되지 뭘 책으로 읽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책은 이러해야 한다, 라는 나름의 편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 책을 읽게 됐고 결론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다.
책의 내용도, 공지영이라는 사람도, 인터뷰집이라는 형식도.

언제부턴가 한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작가,
언제부턴가 응원이라는 단어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작가
80년대 운동권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사형수 문제를 이야기하더니 어느샌가 어렵고 복잡했던
사생활의 그늘을 꿋꿋히 밟고 서서 응원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가 - 공지영
사실 그녀의 책을 많이 보진 않았다. 아마 제대로 읽은 것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정도?
그것도 언제 보았던 건지 그새 기억이 희미해져 주인공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의 기본 얼개, 결말까지 모조리 기억나지 않는 지경이다. 그저 작품 제목이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면 다행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가 강동원과 이나영 주연으로 개봉되었었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크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작품에 대한 정보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작품보단 사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넘쳐나는 글이 많은 작가. 그녀는 확실히 우리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다. 까고 싶기도 하고, 깔 수도 있을 것 같고, 까봤자 나보다 잘난 위치에 우뚝 서 있고.
확실히 그녀만큼 내는 족족 작품이 히트하는 작가도 드물다. 길가는 사람잡고 물어봐도 대부분이 이름을 아는 작가 역시 드물다. 문학이 갈수록 사양길을 걷고 있다는 요즘이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서점가에 가봐도 이런저런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들에 치여 점점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순수문학에서 확고한 스타파워를 가지고 있는 몇안되는 작가. 그래서 더 그 이름을 기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청개구리 심정이라고나 할까... 고등어가 한창 화제가 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을 때 운동권+불륜 얘기라는 걸 듣고는 제대로 보지도 않고 (표지에 적혀있던 시구는 참 마음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이라는 이름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제야 공지영을 조금씩 읽기 시작한다.
공지영의 글에 대한 호불호는 굉장히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안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고 한다. 그렇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작가로서는 행복한 일일 듯도 싶다. 그리고 작가 역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아름다운 문장을 완벽하게 그려내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끄집어내고 마음을 움켜잡는 문장을 쓰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능력자들 눈에 비문 투성이로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내 마음을 움켜쥐는 문장을 쓴다면 나는 그 작가를 좋다고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공지영은 바로 그런 부류의 작가이다.
그녀는 굉장히 솔직한 듯하다. 그리고 그 솔직함이 문장에도 드러난다. 인터뷰 내용에는 말할 것도 없다. 어쩐지 이제까지 굉장히 인터뷰집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결국은 이거다. 나는 그녀가 말한 많은 것에 공감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녀보다 짧은 생을 살았고, 그 경험의 반도 겪지 못했을 것이지만, 생각의 많은 부분들에 공감한다. 그래서 유쾌하고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이다. 한 사람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도록 치밀하게 인터뷰 준비를 해와 이런저런 질문들을 적절하게 던지는 인터뷰어의 능력 역시 훌륭하다.
한국사회에서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지고, 흔치 않은 성공을 이루며, 흔치 않은 여러 길을 걸어온 한 여성의 모습이, 그녀가 그 모든 경험들을 겪으며 이루어낸 삶에 대한 통찰과 나름대로의 방식들이 거부감없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마치 옆집 언니가 놀러와서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친근하기까지 하다. 인터뷰집의 매력이, 그리고 공지영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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